며칠 째 <틱틱붐>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아카데미 상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들려오는 앤드류 가필드의 인상 깊은 '조나단 라슨'에 빙의한 연기와, 인기 뮤지컬 <해밀턴>을 제작한 린-마누엘 미란다의 성공적인 영화감독 데뷔가 합쳐진 뮤지컬 영화 <틱, 틱... 붐!>(2021).
이 영화, 알고보면 더 재밌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한 번 알아볼까요?
<틱, 틱... 붐!> 비하인드 스토리 6가지 (1편)
1. 1990년 1월 26일의 의미
영화는 조나단 라슨이 자신의 다가오는 30번째 생일을 앞두고 <슈퍼비아> 뮤지컬 곡을 완성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서른이 가까워지도록 모아놓은 돈도, 이룬 업적도 없다는 부담감을 노래하며 시작합니다.
달력에 보여지는 오늘의 날짜는 1990년 1월 26일인데요. 이 날짜로부터 정확히 6년 후, 라슨의 마지막 작품이자 대성공한 뮤지컬 <렌트>가 첫 공연을 올립니다. 라슨은 이 전 날 35살의 나이로 미처 <렌트>의 첫 공연을 보지 못한 채 집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사인은 대동맥류 파열이었습니다.
당시 라슨을 진찰했던 의사는 이것이 대동맥류 파열이라는 사실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라슨은 사망하기 며칠 전부터 가슴 통증, 어지러움,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Cabrini Medical Center와 St. Vincent's Hospital의 의사들은 엑스레이를 포함한 몇 가지 검사 이후에도 이것이 대동맥류 파열 때문이라는 것을 찾지 못했고, 결국 독감이나 스트레스성이라고 진단을 내렸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를 발견했더라면 라슨은 수술로 나아질 수 있었다고 하네요.
<렌트>의 영향을 받았다
이렇게 정확하게 날짜를 언급하면서 시작하는 것은 뮤지컬 <렌트>와 비슷합니다.
뮤지컬 <렌트>의 첫 곡에서 마크는 '1989년 12월 24일 동부 표준시로 밤 9시. 이제부터는 각본 없이 찍겠다.'라면서 극의 시작을 알립니다. 마크는 영화감독 지망생으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 <렌트>에는 마크가 찍은 필름 카메라 영상 풋티지가 중간중간 들어가는데요. 이 또한 영화 <틱틱붐>에서도 조나단 라슨의 생전 모습을 보여주거나,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하는 라슨의 공연 모습들, 생일 파티 모습들을 보여줄 때 사용됩니다.
Can I make it to 40?
이러한 날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과 'tick, tick, tick..'거리는 시계소리가 계속 들린다는 라슨의 대사를 합쳐 보았을 때, 감독인 린-마누엘 미란다는 실제 라슨의 남아있는 여생의 시간을 표현하려고 했던 듯합니다.
이러한 중의적인 표현은 영화의 넘버 'Swimming' 노래에서도 보입니다.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는 라슨은 'Can I make it to 40?'라고 말하는데요. 라슨이 말한 것은 수영장 바닥에 적힌 20, 30, 40의 거리 표시 숫자였고, 그는 악상을 떠올리느라 40이 적힌 곳까지 가지 못합니다.
감독의 중의적인 표현으로는, 그가 결국 40살까지 살 지 못했던 슬픈 사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2. 실제 <렌트> 배우들이 출연하다
영화 <틱틱붐>에는 실제 조나단 라슨의 작품 <틱틱붐>(2001)과 <렌트>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들이 다수 출연합니다.
우선 린-마누엘 미란다 감독부터가 실제 뮤지컬 <틱, 틱... 붐!>에서 '조나단 라슨'을 연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바로 2014년 6월 25-28일, New York City Center에서 주관한 'Encore! Off-center'시리즈에서였는데요.
그는 이를 계기로 조나단 라슨과 이 작품에 대해서 깊은 애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넷플릭스에서 이를 영화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봤을 때, 미란다는 당장 하겠다고 답장했고, '내가 한 이메일 답장 중에 제일 빨리 한 답장이었다'라고 말했죠.
Robin de Jésus, MJ Rodriguez
마이클 역할을 연기한 로빈도 뮤지컬 <렌트>와의 인연이 깊습니다. 바로 <렌트>가 그의 브로드웨이 데뷔작이었는데요.
2005년 브로드웨이 <렌트>에서 그는 '앤젤' 역할의 언더스터디(주연 배우가 공연에 나가지 못할 때를 대비한 예비 배우)였습니다.
조나단과 함께 문댄스 식당에서 일하는 분홍 머리의 웨이터 '캐롤린' 역할을 맡은 MJ Rodriguez도 2011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재공연 한 <렌트>에 나왔던 배우입니다.
오리지널 캐스트의 등장까지!
이 뿐만이 아닙니다. <렌트>의 오리지널 캐스트까지 이 영화에 등장하는데요. 저는 몰랐다가 다시 이 장면을 보면서 정말 놀랐습니다.
'Sunday'넘버 장면에서 식당 옆에 있던 3명의 홈리스들이 바로 이 오리지널 캐스트 배우들인데요. '로저'역의 아담 파스칼(Adam Pascal), '미미'역의 다프네 루빈-베가(Daphne Rubin-Vega), 그리고 '앤젤'역의 Wilson Jeremain Heredia까지!
저는 이 오리지널 캐스트의 로저와 앤젤 배우가 나오는 영화 <렌트>(2005)를 서른 번도 넘게 보았었는데, 이렇게 다시 보니 너무 반가웠습니다. 배우들도 자신들이 출연했던 작곡가의 생애를 그린 영화에 나오다니 얼마나 기분이 이상했을까요😭
바네사 허진스도 <렌트> 배우였다
카레사 역할을 맡아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 배우 바네사 허진스는 '하이스쿨 뮤지컬'로 큰 인기를 얻은 디즈니 스타 출신 배우입니다.
바네사 허진스 또한 <렌트> 뮤지컬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요. 한 역할도 아니고 '미미'와 '모린', 두 역할을 연기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Fox사의 'Rent: Live'(2019)에서와 Hollywood Bowl Performance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으니, 그녀 또한 조나단 라슨과 인연이 깊네요.
3. 스티븐 손드하임의 목소리는 진짜였다
영화에서는 스티븐 손드하임 역할로 브래들리 휫포드(Bradely Whitford) 배우가 열연을 펼칩니다. 린-마누엘 미란다 감독과 조나단 라슨 모두 뮤지컬계의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을 거의 신처럼 생각했는데요.
감독이 휫포드 배우가 손드하임을 연기한 장면을 실제 손드하임에게 보여줬을 때, 그는 '나를 연기한 배우의 이름이 마치 제인 오스틴 소설에 나올 것 같은 이름이어서 좋았다'라고 말했다고 하네요.
또한 손드하임은 감독에게 '나를 젠틀하고 귀족스럽게(royally) 영화에서 그려줘서 고마워'라며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손드하임이 조나단 라슨에게 음성메시지를 남기는 장면에서 자신은 그렇게 오글거리게 말했을 것 같지 않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그래서 손드하임은 린-마누엘 미란다 감독에게, '내가 이 부분(조나단에게 보내는 메시지)을 써도 될까?'라고 물어봅니다. 미란다 감독은 '세상에! 전설적인 인물이 내 영화의 대사를 써준다니!'라며 너무 놀라고 기뻤다고 하네요.
감독은 이 대사를 수정하고 싶었지만, 이미 휫포드 배우는 재녹음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그러자 손드하임은 자기가 직접 녹음해서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다음 대사는 스티븐 손드하임이 실제로 녹음한 그의 목소리입니다.
'It's first-rate work and has a future, and so do you... Meanwhile, be proud.'
(훌륭한 작품이고 잘 될 것 같아. 그리고 너(조나단 라슨)도 그래(잘될 것 같다)... 그때까지, 자랑스럽게 생각하렴)
감독은 조금 달라진 목소리에 '알 사람들만 알 것이다'라고 하면서 이 실제 전설적인 인물의 목소리를 영화에 넣었습니다.
스티븐 손드하임은 안타깝게도 이 영화가 개봉한 직후인 2021년 11월 26일 눈을 감았습니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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