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소설 속 사회적 상황
앞 글에서까지 <오만과 편견>의 줄거리와 인물들의 특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면, 이번 글에서는 소설 속 사회적 상황을 통해 작품을 더 심층적으로 이해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9세기 영국 사회에서 여자는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딸이어도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었으며, 직업을 가질 수도 없었습니다. 여자로서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결혼뿐이었고, 그마저도 오직 본인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이상한 취급을 받았고, 결혼 상대도 사랑보다는 신분과 재산이라는 기준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결혼 문제에 대해서는, 이 당시 사회에서는 여자나 남자나 모두 압박이 심했습니다. 남자는 아들을 가져서 자신의 가문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결혼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19세기 영국은 전쟁 중이었습니다. 제인 오스틴이 살아있는 동안 영국은 거의 계속 전쟁에 참여하는 중이었습니다. 그 중 1803년-1815년은 나폴레옹이 자신의 세력 확장을 위해서 오스트리아, 영국, 프로이센 등 다른 유럽 국가들과 영토 분쟁을 벌이는 시기입니다.
<오만과 편견> 소설 속에서 이러한 전쟁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바로 엘리자베스 베넷이 사는 마을에 군부대가 찾아온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장면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군부대의 등장은 영국 마을을 프랑스로부터 지키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군인들의 방문은 술이나 여자 문제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비치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신사 계층에 대한 이해
소설 속에서 베넷 가문과 다아시 가문 모두 같은 '신사' 계층입니다. '신사' 또는 '향사'계층이라고 불리는 이 신분 계급은 영국에서 귀족층 바로 밑에서 귀족의 특권을 공유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 신분은 출생이나 결혼을 통해서 특권을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신사 계층은 '파크'라고 불리는 넓은 토지를 갖고 있으며, 따로 노동을 하지 않아도 그 사유지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평생을 먹고 삽니다. 또한 그 사유지 안에 있는 목사관과 그의 권리 성직록을 마음대로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팔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사 계층이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등급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아시의 경우 연간 1만 파운드의 수익을 내면서 신사 계층의 상위 계급에 있지만, 베넷 가문의 경우 연간 2천 파운드의 수익으로 신사 계층의 하위 계급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이, 캐서린 영부인(Lady Catherine)이 미스터 다아시와 엘리자베스 베넷의 결혼을 반대하는 이유가 신분이 달라서라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스터 다아시와 엘리자베스 베넷 모두 신사 계층으로 둘의 신분은 같으나, 다아시 쪽이 재산이 훨씬 많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캐서린 영부인은 엘리자베스 베넷이 다아시의 돈을 보고 결혼해서 경제적 신분 상승을 하려 한다고 생각해 그녀를 미워하는 것입니다. 또한 같은 이유로 베넷 부인은 이 둘의 결혼을 동의하고 축하하는 것입니다.
캐서린 영부인과 베넷 부인의 비교
소설 속에서 캐서린 영부인과 베넷 부인은 비슷한 듯 다르게 묘사됩니다. 우선 두 인물 모두 지키려고 하는 자식 혹은 조카가 있습니다. 캐서린 영부인은 조카인 미스터 다아시가 그의 사회적 지위에 적합한 여자와 결혼하기를 원합니다. 그래야 돈만 보고 달려드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베넷 부인도 자신의 딸들이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기를 원합니다. 그것이 그 당시에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능력이었기 때문입니다.
두 인물 모두 사람을 볼 때 돈과 경제적 능력으로 판단합니다. 교양이 있다거나, 성격이 착하다거나 하는 것은 2순위의 문제입니다. 또한 둘 다 실제로는 자식의 행복에 크게 기여하지 못합니다. 캐서린 영부인이 다아시와 엘리자베스 베넷의 결혼을 막았다면 다아시는 행복했을까요? 아닙니다. 베넷 부인 또한 딸들을 좋은 가문에 시집보내려는 열망이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눈에 부정적으로 보여서, 빙리와 제인 베넷이 멀어지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결국 사람을 외적인 조건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내면의 아름다움이 아닌 신분과 경제력으로 판단하고, 여자의 권리는 없었던 당시 사회상황을 제인 오스틴은 소설을 통해서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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